아시안아트웍스 부산에서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 화가 안성민의
'민화(民畵)계의 앤디 워홀'이라 불리는 안성민 작가의 작품에는 전통과 현대적 감성이 공존한다. 조선시대 후기에 성행했던 민화는 장식적이며 벽사진경의 성격을 띤 실용화이다. 작가는 우리 민족의 미의식과 시대성, 소망을 담고 있는 민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현대적인, 또는 팝아트적인 새로운 민화를 그려낸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도(牡丹圖)의 모란을 서구적 부케의 모습으로 만들고, 팝아트적 요소를 가미하여 소재를 평면화, 단순화시키고 반복적으로 그려 넣었다. 또한, 전통적인 모란도와는 달리 롤리팝, 컵케이크 등의 서양 디저트를 모란꽃 속에 숨겨 넣어 민화 전통의 장식적 요소와 익살스러움을 더했다. 또한 'Portrait of Peony 모란의 초상' 시리즈에서는 채움과 비움, 존재와 부재의 동양적 철학을 모란에 담았다. 안성민 작가의 작품에 나타나는 또 다른 팝아트적 요소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마카롱, 아이스크림, 컵케이크다. 알록달록한 서양의 디저트에 전통 채색 기법을 빌려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어우르고 새롭고 현대적인 민화를 탄생시킨다.
전통적인 채색 기법을 고수하는 것 또한 안성민 작가 작품의 매력이다. 우리나라 전통 종이 중 하나인 순지에 미리 아교칠을 한 후, 그림의 바탕이 되는 밑그림을 그리고 여러 번의 색칠과 바람칠 과정을 거친다. 숨을 고르고 붓 끝에 혼을 담아 쌓아 올린 색은 종이에 스며들어 은은하게 빛난다. 마치 조선시대의 선비같이 화려하진 않지만 우아하고 고고한 기품이 돋보인다. 이러한 전통 채색법에 현대적 요소들이 더해져 과거가 현재가 되고 동서양이 하나가 되는 작품이 된다.
안성민 작가는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수학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메릴랜드 미술대학을 졸업하였다. 현재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펼치는 작가는 알파운데이션, 폴록-크래스너재단 등에서 수상한 바 있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퀸즈미술관, 뉴욕한국문화원 등에서 민화 수업을 진행하였다. 또한, 최근 작가의 뉴욕 생활과 작품 이야기를 담은 책 '뉴욕의 속살'을 발간하였다. 이번 전시는 안성민 작가만의 새로운 시대적 민화를 통해 잊혀가는 조선시대 민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전통 민화와 현대미술의 오묘한 조화를 지금 이 시대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미학을 선보인다.